엄석오 일레븐건설 회장 1조원대 배팅한 유엔사 부지
하이엔드 주택 사업장 줄줄이 공매행 속 ‘더파크사이드는 달라’ 전망도
유엔사부지 개발사업 개요. / 표=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일레븐건설의 유엔군사령부(UN사) 부지 개발 프로젝트 더파크사이드 서울의 첫 주거 프로젝트인 더파크사이드 스위트가 이달 분양을 예고하면서 시장이 일제히 성과에 주목하고 있다. 용인 등 일부 지역에서 개발 및 분양 성공기록을 세운 엄석오 일레븐건설 회장이 서울 용산 노른자 부지에서도 성공 신화를 이어갈지 관심이 쏠린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더파크사이드 서울은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22-34 일대 총 4만4935㎡ 규모 부지에 조성되는 지하 7층~지상 20층, 11개동 규모의 복합단지다. 하이엔드 오피스텔인 더파크사이드 스위트를 포함해 주거, 호텔, 리테일, 오피스, 문화, 여가 기능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복합용도개발(MXD) 프로젝트다.
◇ 고금리에 순탄치만은 않았지만···‘주택시장 새 역사 쓸 것’ 기대감
유엔사부지는 미군 기지 가운데 가장 먼저 국방부에 반환된 곳으로 2017년 6월 일레븐건설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1조552억원에 사들인 땅이다. 당초 예정가는 8031억원이었지만 일레븐건설은 이보다 2000억원가량 더 많은 높은 1조원대에 땅값을 치렀다는 사실에 당시 큰 관심을 받았다.
이후 일레븐건설은 부지 매입 후 특수목적법인(SPC) 용산일레븐을 세우고 개발에 나섰지만 사업 진행이 순탄치만은 않다는 소문도 무성했다. 분양시기가 거듭 미뤄지며 당초 계획인 2023년 하반기보다 늦어져서다. 일레븐건설 측은 설계변경에 의한 것이라지만 분양이 늦어질수록 회사의 재무 부담은 커졌다.
실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용산일레븐은 지난해 감사보고서 기준 2022년 1010억원, 2023년 1296억원, 2024년 1108억원 등 3년 연속 순손실을 냈다. 특히 이자비용은 2022년 557억원에서 2023년 980억원까지 훌쩍 뛰었고, 지난해 역시 960억원을 감당해야 할 정도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로 인해 모회사인 일레븐건설도 3년 연속 각각 824억원, 1030억원, 937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우여곡절 끝에 당초 예상했던 시기보다 1년여 늦게나마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번에 분양에 나서는 더파크사이드 스위트는 4개 동, 전용면적 53~185㎡, 총 775실의 규모다. 하이엔드 컨셉의 주택인 만큼 업계에서는 평당 1억5000만원 이상을 예상하고 있다. 공급 호실은 1.5룸 212실, 2룸 237실, 3룸 272실, 펜트하우스 2실로 총 분양가는 원룸 조차 3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입지는 한남뉴타운, 수송부지, 캠프킴, 용산정비창 등 대규모 도시개발지들과 맞물려 시너지도 기대된다. 다만 사업장이 위치한 용산구는 용산구가 투기과열지구로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기 때문에 오피스텔만 분양하고 아파트는 일찌감치 후분양으로 미뤄뒀다. 후분양 사업장에는 분상제가 미적용돼서다.
업계에서는 더파크사이드가 주택시장의 한 획을 그을 사업장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6월 현재 기준) 해당 사업장 인근 나인원한남 등에서 국내 최고가 주택 기록이 나왔는데, 더파크사이드가 국내 오피스텔 가운데 최고가 분양기록을 세울 게 기정사실화되는 만큼 준공 이후에는 그 자리를 대신 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시장에서뿐 아니라 시공사 현대건설로써도 청담동 더펜트하우스 청담에 이은 하이엔드 주택 시공 실적을 차곡차곡 쌓아간다는 차원에서 의미있는 사업장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 침체된 하이엔드 주택시장에 온기 돌까
업계에서는 더파크사이드 서울 분양이 침체된 하이엔드 주택시장을 살릴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지난 수년간 하이엔드 시장은 일반 주택시장 대비 침체의 골이 깊었던 영향이다.
실제 수년 간 하이엔드 주거지 건설 목적의 사업장 상당수는 공매행을 면치 못했다. 2021년~ 2023년도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자잿값 인상에 공사비가 급등했고, 금리는 올라 사업주 입장에서 금융비용을 감당하기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 강남구 도곡동에 있던 하이엔드 오피스텔인 오데뜨오드 도곡은 분양물량 상당수가 주인을 찾지 못한데다 공사비 급등으로 공매 4차까지 진행하고도 주인을 못 찾았다. 세계적 명품인 펜다 까사가 참여할 것으로 알려진 하이엔드 주택 강남구 논현동 포도 바이 펜디 까사는 분양가 보유여부 뿐 아니라 사회적 지도층인지 신분까지 확인해가며 분양한다고 홍보해왔지만, 본PF 전환에 실패하며 공매 절차를 밟게 됐다.
이밖에 청담501이나 더팰리스73도 당초 계획대로 진행을 하기에 버거워 새 주인을 찾아나섰다.
이후에도 주인을 찾지 못한 매각을 시도하는 부지는 늘어갔다. 주택시장이 호황기일 때 높은 값을 치르고 샀던 땅이다 보니 아직 시장에서 만족할만한 수준으로 가격이 떨어지지 않아 PF 부실채권이 소화되지 않은 것이다.
여기에 시장에서는 비 아파트 시장이 더욱 얼어붙었고, 부동산 PF도 올스톱되면서 반값 이하로 떨어져도 메리트가 없다고 판단하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이밖에도 분양을 가까스로 이어나가며 버티는 시행사 일부는 분양이 쉽지 않다는 판단하에 결국 상품 구성을 합리적 수준으로 다시 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더파크사이드는 이들 사업장 대비 사업규모가 크고 입지가 우수한 만큼 결과가 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고급 주거시설 경기가 일반 주택 시장대비 침체돼 있어 초기 분양성과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금리가 인하되고 있는 추세”라며 “수익형 상품인 오피스텔의 수요가 회복되고 더불어 사업성도 개선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이같은 분위기가 일부 여타 사업장으로도 번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